
격주로 돌아온 노후 관리 프로젝트, 5편이다. 4편 끝에서 “다음엔 내 퇴직연금을 실사해보겠다”고 예고했는데, 막상 계좌를 열다 보니 멈출 수가 없었다. 하는 김에 내 이름으로 된 자산 전부를 꺼내서 장부를 만들고 자산 배분 상태를 확인했다. 오늘은 그 기록이다.
시작 전에 하나만. 자산 배분은 금액보다 비율로 봐야 따라 할 수 있는 그림이 된다. 100만원이든 10억이든 구조는 같기 때문이다. 그래서 이 글의 모든 숫자는 비중(%)과 수익률(%)이다.
실사는 이렇게 했다
흩어진 계좌를 전부 모으는 것부터가 일이었다. 증권사 두 곳, 은행, 코인 거래소, 금, 주택청약까지 — 반나절이 걸렸다. 요령은 3편에서 쓴 방식 그대로: AI에게 “빠뜨리기 쉬운 계좌 체크리스트”를 뽑아달라고 하고,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(어카운트인포)로 휴면계좌까지 확인했다. 여기서 미수령 계좌 하나라도 발견하면 그날 반나절은 흑자다.
결과: 내 자산 배분 (2026년 7월 기준)

| 자산군 | 주요 구성 | 비중 | 한 줄 평 |
|---|---|---|---|
| 한국주식 | 삼성전자우·삼성전자·대한항공 등 | 40.2% | 오래 묵혔고, 너무 몰렸다 |
| 현금 | 비상금 (외화) | 17.8% | 명목은 비상금, 실제론 방치 |
| 미국주식 | VOO·SCHD | 17.6% | 그나마 구조가 있는 구간 |
| 가상자산 | BTC 외 | 16.3% | 비중이 양심을 찌른다 |
| 주택청약 | 매월 자동이체 | 3.9% | 습관으로 쌓인 것 |
| 금 | 실물 | 2.7% | 보험 같은 존재 |
| 연금저축 | TIGER S&P500 | 0.8% | 이제 막 시작 |
| ISA | TIGER S&P500 | 0.7% | 이제 막 시작 |
수익률도 솔직하게 적는다. 삼성전자우 +238%, 삼성전자 +350% — 잘 골라서가 아니라 오래 안 팔아서 나온 숫자다. 반대편엔 비트코인 -22.5%와 알트코인 -22%가 있다. 계좌는 이렇게 잘난 것과 못난 것이 한 지붕에 산다.
진단: 세 가지가 아팠다
① 자산 배분에서 노후 전용 계좌가 5.4%뿐이다. 연금저축 + ISA + 주택청약을 다 합쳐서다. 4편에서 “연금 3층부터”라고 그렇게 떠들어놓고, 정작 내 장부의 세제혜택 계좌는 이 모양이었다.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다.
② 한국주식 40%, 그것도 몇 종목에 몰려 있다. 수익률이 좋았으니 다행이지만, 이건 실력이 아니라 결과론이다. 십 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먹여 살리고 있을 뿐, 같은 방법이 다음 십 년에도 통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. 특정 종목이 기침하면 내 노후가 몸살을 앓는 구조다.
③ 현금 18%가 일을 안 한다. 비상금이라는 이름을 붙여놨지만, 비상금 치고는 크고 투자금 치고는 논다. 이름표만 있고 역할이 없다. 환율 덕에 앉은 자리에서 원화 평가액이 출렁이는 것도 이 구간의 특징인데, 그걸 수익이라 부르기는 민망하다.
그래서 바꾼 것: 잔고가 아니라 흐름부터
실사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종목 매매가 아니라 월 현금흐름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었다. 지금은 매달 수입의 약 60%가 ISA와 연금저축으로 자동 매수되도록 걸어뒀다(둘 다 S&P500 ETF 적립). 쌓인 자산 배분을 한 번에 갈아엎는 건 세금과 타이밍 리스크가 크지만, 새로 들어오는 돈의 방향은 오늘 바로 바꿀 수 있다. 잔고를 고치는 데는 몇 년이 걸리지만 흐름을 고치는 데는 이체 신청서 두 장이면 충분했다. 몇 년 뒤 저 5.4%가 어디까지 오르는지가 이 시리즈의 관전 포인트가 될 거다.
참고로 이건 내 기록이지 추천이 아니다. 특히 특정 종목·코인 비중은 따라 하지 말자 — 나도 줄이는 중이니까.
남은 숙제
가상자산 16%를 어디까지 인정할지, 한국주식 집중을 언제 어떻게 풀지, 그리고 저 현금 18%에게 무슨 역할을 줄지. 다음 6편에서는 “비상금은 얼마면 적당한가 — 현금 18%의 재판정”을 다룬다. 격주 후에 보자.
자주 묻는 질문
Q. 비중을 왜 공개하나?
남의 진짜 장부 구조를 보는 게 초보자에게 가장 빠른 공부라서다. 나도 남들의 포트폴리오 구조를 보며 배웠다. 금액이 아니라 구조를 보자.
Q. 노후 전용 계좌가 왜 따로 필요한가?
연금저축·IRP·ISA는 세액공제와 과세이연이라는, 일반 계좌에 없는 보너스가 붙는다. 같은 ETF를 사도 어느 주머니에 담느냐로 수익률이 달라진다. 순서는 4편에 정리했다.
Q. 이 자산 배분을 따라 해도 되나?
아니다. 이 글은 잘한 배분이 아니라 고치는 중인 배분의 기록이다. 자기 성향부터 확인하고(아래 테스트), 자기 흐름을 설계하는 게 순서다.
🧭 투자 성향 테스트 — 나는 어떤 투자 타입인가
📈 ETF 노후자금 계산기 — 월 적립 시뮬레이션
🏦 연금 조회 사이트 총정리
📚 노후 관리 프로젝트 시리즈
1편 — 뭘 모르는지부터 정리
2편 — 노후 준비, 왜 필요하고 얼마면 적당할까
3편 — 노후는 돈만이 아니었다: 자산·건강·시간·관계 지도
4편 — 직장인 노후 준비 순서: 연금 3층부터 ETF까지
▶ 5편 — 자산 배분 전체 실사: 노후 전용 계좌는 5.4% (현재 글)
※ 이 글은 개인의 기록이며 투자 조언이 아니다. 나는 금융 전문가가 아니고, 모든 수치는 2026년 7월 기준이다.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.


